본문: 마태 5:9; 누가 4:18-19

제목: 5월 광주와 피스메이커


 오늘 우리는 1980년 5월, 민주화의 봄이라고 일컬어지던 그때에 계엄군에 의해 벌어진 참혹한 살육행위, 피의 역사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 처절한 피의 신음소리가 37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귓전에 들리는 듯합니다. 실로 3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 우리는 5.18광주민중항쟁을 어떻게 보아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지나간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시 5.18광주민중항쟁의 요구는 계엄해제, 노동악법 철폐, 농민생존권 보장, 정보공작정치 철폐 등으로 나타난 인간해방운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출애굽 정신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광야에서 40일 고행하며 금식기도하고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소명을 받고, 당신이 자라나신 나자렛 회당에서 선포한 말씀과 그 뜻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고,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그런데 이런 국민들의 요구를, 시민들의 저항을 계엄군은 총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살육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여기가 당시 계엄군들에 의해 무참하게 죽음을 당하신 분들이 묻혀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당시 계엄군을 총 지휘했던 전두환이 최근 그의 회고록에서 말하기를,


“나는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 제물이었다.”

“광주사태는 무장한 폭도들의 폭동이었다.”

“나는 최초 발포자 위치에 있지 않았다.”

“나도 광주사태의 피해자였다.”


 등등 온갖 망발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예수살기 동지 여러분!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공의 가치(공공성)를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공성이 무너지다보니 매사에 정의롭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겨났습니다. 사회 양극화 문제도 결국은 공공성이 무너진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공공성이 무너지게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역사의 심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은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몇 차례 역사를 심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다 놓쳐버렸다는 것입니다. 시간상 그것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요. 그 중에 하나 5.18광주민중항쟁에 관련된 가해자들을 제대로 심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두환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후, 1995년 불구속 기소되어 내란죄 수괴혐의로 1심에선 사형을 항소심에선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는데 1997년 12월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무참히 살해한 자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았는데 그를 용서해준 꼴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특별 사면한 이유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해괴한 발언에 놀아난 꼴이 되었고, 37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전두환은 눈곱만큼의 반성도 없이 자기도 피해자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그때 1995년 1심의 판결대로 전두환을 사형시켰더라면, 아니면 항소심의 결정대로 지금 그가 감옥에 갇혀 있었다면 이 나라가 이렇게 형편없는 나라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지은 죄값을 달게 받게 하는 것이 역사의 심판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용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 10년동안 지도자를 잘못 만나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박근혜가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작년 11월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탄핵정국, 촛불항쟁,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로 하여금 현실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게 해주었고, 정의에 눈을 뜨게 해주었고, 헌법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 선배 민주열사들의 희생으로 일구어놓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온몸으로 배우게 해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지난 몇 달 동안 좋은 공부를 한 셈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임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국민대통합차원에서 박근혜 사면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그런 이야기가 이어질 것입니다. 악마 속삭임입니다. 강력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박근혜는 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 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 되는대로 감형이나 사면없이 형기를 채우게 함으로써 아 니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무너진 공공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촛불민심을 왜고하고 모독해서는 안 됩니다.


 사랑하는 예수살기 동지 여러분, 지금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촛불항쟁 덕분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같이 쌓여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시급한 일이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5.18광주민중항쟁 37주년 연합예배를 드리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마태복음 5:9절,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불릴 것이다.”는 말씀을 마음을 열고 마음에 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로마황제의 ‘팍스 로마나’가 일종의 ‘평화 지키기’ 운동이었다면,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평화 만들기’ 운동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화 지키기’와 ‘평화 만들기’는 겉으로는 서로 비슷하게 보이나,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평화 지키기’(peace-keeping)는 힘의 논리 위에 서 있습니다. 남보다 힘이 우위에 있고, 보다 강력한 무기를 독점해야 전쟁 억지가 가능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을 폅니다. 그들은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군비를 확장하며,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최신무기를 개발하고 사들이는데 국가자원을 탕진합니다. 그래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과 당당히 맞서러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평화 만들기’(peace-making)는 이와 다르지요. 힘을 비축하거나 행사하는 데서가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덜어내고 나눌 때, 참 평화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평화 만들기’의 모형을 우리는 예수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는 평화를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축복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딸이라 불릴 것이라고 합니다. 곧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하느님의 딸과 아들이라는 선언입니다.


 특정 종교를 믿어서 라기보다는 평화 만드는 일에 종사할 때, 누구를 막론하고 하느님의 자녀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는 ‘평화 지킴이’가 아니라, ‘평화 만듦이’이었습니다. peace-keeper가 아니라 peace-maker였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누구입니까? peace-maker인 예수를 따라 하느님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 결단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평화가 실종되었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의 대화가 단절되었습니다. 곧 전쟁이 터질 것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미국이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민족이 대화와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외세에 의존해선 안 됩니다. 남북문제에 외세가 자꾸 개입하면 대화가 꼬이고 오해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남북 당국 간에 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금 성주 소성리에선 사드배치문제로 시끄럽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드를 막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한반도 동아시의 화약고가 될 것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의 정세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변화를 통하여 보여주시는 하느님의 싸인(sign)을 한국교회는 바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5.18광주민중항쟁 37주기를 맞이해서, 평화가 실종된 이 나라에서 여러분 모두가 평화를 일구는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메이커가 될 수 있기를 빕니다.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네, 그것은 숙제입니다. 나의 삶의 현장에서 우리의 목회현장에 어떻게하면 평화를 만들고 실천할 것인가,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숙제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5.18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5.18광주민중항쟁 때 돌아가신 분들과 이땅의 민주주의를 우해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주검이 구묘역과 신묘역에 묻혀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거룩한 고인들의 주검 앞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하고 새롭게 결단하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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